여러 가지

'사띠'의 번역어로 '마음챙김'의 낱말뜻을 생각해보며

풀빛 너머 2022. 8. 17. 09:54

저는 사띠(sati)의 번역어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를 좋아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비유하자면 턱걸이를 하는데, 저의 현재 상태가 어떤 때는 턱걸이를 한 개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 개도 못하는, 그런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턱걸이를 10개 하는 사람, 30개 하는 사람, 50개 하는 사람, 100개 하는 사람은 : 턱걸이 한 개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저와는 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사띠의 번역어로 “마음챙김”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며칠 간 생각해 본 ‘마음챙김’은 어떤 뜻인가요? 여기에 책가방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머니가 “책가방을 잘 챙겼니?” 라고 하면, 자녀는 “네, 엄마.” 라고 대답합니다. 왜나하면 그 학생의 책가방에는 ‘고과서, 공책, 필통 등’이 잘 간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마음을 챙긴다는 것도 마음을 잘 간수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배우지 못한 범부는 자신의 마음이 ‘가족, 직장, 취미(오락), 사회(국가) 등’으로 챙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라면 사띠할 때 그의 마음은 다른 상태로 챙겨질 것 같습니다. 턱걸이를 한 개 해 내는가 못 해는가 하는 저의 수준에서 보자면 (지금부터는 모두 저의 수준에서 생각하는 “마음챙김”입니다.) 수행자의 마음은 법(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으로 잘 챙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행자에게 사띠가 일어나게 되면 마치 책가방속에 ‘책, 공책, 필통 등’이 잘 간수되어 있듯이 :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평온’과 관련된 법들이 마음에 챙겨져 있고, 길을 걸을 때에는 ‘몸의 자세 / 사대(四大) 등’과 관련된 법들로 마음이 챙겨져 있고, 대화할 때에는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으로 마음이 챙겨져 있고, 경을 읽을 때에는 ‘믿음, 바른 견해, 지혜 등’과 관련된 법들로 마음이 잘 챙겨져 있고, 수행할 때에는 각 수행 주제에 알맞은 법들로 마음이 잘 챙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챙겨져 있으면(사띠가 일어나면) 이제 그는 수행자의 영역(이것이 그의 고짜라(?))에 들어가서 : 가족과 생계를 책임질 때에는 ‘가족, 직장, 행복 등’으로 마음을 챙기고, 그 외의 시간에는 법(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으로 그의 마음이 챙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여 턱걸이를 한 개 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저의 수준에서는 사띠를 “마음챙김”으로 외우니까 그럭저럭 이해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턱걸이를 10개, 30개, 50개, 100개 하시는 분들은 : 제가 추측하는 이런 뜻 말고, 다른 깊은 뜻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