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

13-1 마음이란 무엇인가?

풀빛 너머 2018. 2. 16. 06:30

13-1 막상 마음이란 무엇인가?’ 자문(自問)해보니 다성은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늘 쓰던 말이었지만 진지하게 물어보니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몸은 직접 볼 수 있으니 말할 수 있는데,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찾아들어갈지도 몰랐습니다. 다성이 숙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풀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 학술발표회, 장소 : 마을 회관, 시간 : 오후 2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마을 회관을 들어서니 대학 교수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교로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교수 몇 사람이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뇌와 관련지어 마음을 설명했습니다. 뇌가 고도로 발달하면 정신이 출현하고, 그 정신이 활동하면 마음으로도 불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은 뇌(물질)에 의존한 것이고 뇌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뇌가 죽으면 정신도 죽고 그러면 정신 활동을 못하니 마음도 따라서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영원하다거나 영혼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죽으면 끝이고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환호했습니다. 죽으면 끝이지 죽은 다음 세상이 없다는 말에 너무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화로 배워왔던, 자신의 행위에 따라 지옥에 가기도 하고 하늘 세상에 태어나기도 한다는, 이런 유치원생 같은 이야기를 이제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게 되어서 춤이라도 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몸이 죽으면 마음도 죽어서 끝이라는 말에 실망하여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다성도 대체로 수긍했습니다. 요즘 같은 과학 시대에 뇌가 죽으면 마음도 죽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다성은 죽음 이후의 일은 알 수 없으니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 바른 삶의 자세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오늘 강연을 듣고 나서 다성은, 죽음 이후를 두려워했던 선조들에 비해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죽음 이후의 일은 덜 걱정하거나 아예 걱정자체를 안 하게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문제도 풀기가 한결 쉬울 것 같았습니다.

 

교수들의 주제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교수님들의 강의를 감명 깊게 들었다며 감사와 축하의 인사말을 보냈습니다. 그때 연세 지긋하신 노인 한 사람이 일어나서, 가장 자신 있게 마음은 뇌에서 발생했고 뇌가 죽으면 마음도 죽는다고 발표했던 한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컴퓨터 기계에 나타난 기호나 표식 같은 것 말고, 자신의 마음을 직접 알고 보신 적이 있느냐고.

 

그러자 그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은 우리가 느끼고 의도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음이란 뇌 속의 어느 지점에 딱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활동할 때 생겨나는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 이런 것들이 곧 마음입니다. 마음은 이전의 기억과 정보와 새로운 자극을 통해 생성됩니다.”

 

노인이 말했습니다. “저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는 얼굴 붉히지 않으시면서 참을성 있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물을 일이 몇 가지 더 있는데, 혹시 시간이 되시는지요? 다른 질문자가 계신다면 저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그 교수가 청중들에게 의중을 물으니, 청중들은 더 이상 질문이 없다고 하여 남은 시간은 노인에게 할당되었습니다.

 

노인이 말했습니다. “마음은 참 복잡합니다. 너무 빨리 바뀌고 변해서 알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접근할 방법이, 마음을 알고 이해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얽혀 있는 것을 특성별로 잠시 들추어서 분류하는 것입니다.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등을 들추어내면 마음이 남는데, 그렇다면 이 마음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노인의 말에 다성은 당황했습니다. 다성은 그동안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등이 모두 마음이거나 마음에 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노인은 마치 손에서 살갗, 근육, , , ... 등을 가려내어 특징별로 구분해내듯이, 마음에서도 마음 이외의 것들을 제외시켜놓고 마음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마음 등이 덩어리져 있는데서 마음이 가지는 특성만 말해보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시군요. 저는 이렇게 대답 드리겠습니다. 마음이란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등을 드러내는(실어가는) 것입니다. 마음은 수레와 같고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등은 수레에 실린 짐과 같습니다.” (저의 생각이므로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 것) 그러고 나서 교수는 선생님(어르신)께서는 어떻게 마음을 이해하시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노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우리들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부풀려져 있다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첫 번째로 이렇게 정의하겠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의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부풀려져(오염되어) 있다고.”

 

청중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저런 말도 마음의 설명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성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마음을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오염된 것이라고 하다니, 이런 설명도 마음을 정의하는 것이 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교수는 제가 듣지 못한 설명인데 그런 풀이도 있군요 하면서 그 부분은 자신이 몰라서 질의응답을 이어갈 수 없으니 다른 질문이 더 있으시면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교수님께서는 죽은 이후에 다음 세상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장담하실 수 있느냐고 물었고, 교수는 지금은 과학기술의 시대라서 과학적 사고에 맞지 않는 지옥, 하늘 세상, 다시 태어남이라는 신념 체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죽음 이후를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리 과학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하고 말한다면 그것은 합리적 사고도 아니고 과학적 사고도 아닐 듯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남들에게 단정하여 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성은 오늘 많은 것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있었고, ‘느낌, 의도, 생각, 가치관, 마음이 덩어리져 있는 것에서 마음을 따로 들추어내면 마음의 한 가지 특성이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부풀려져(오염되어) 있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