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

13 마음이란 무엇인가?

풀빛 너머 2018. 2. 15. 10:09

13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삼일(三日)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을 지나가려면 누구든지 삼일 동안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은 숙소를 정하고 각자 볼일을 보고 삼일 후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과 칠지는 참선을 하고 경행을 했습니다. 다성과 사람들은 마을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참 구경하다가 보니 다성은 혼자였고 일행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다성 일행 중 한 사람이 빙청 선인에게 마음이 무엇인지를 뭉었고, 선인은 마음이란 너무 복잡하여 한 마디로 대답하기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란 우선 아는 것이다, 또는 인식(認識)하는 것이라고 해놓자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다성도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성이 생각하기에 마음은 눈으로도 볼 수 없었고 귀로도 알 수 없었습니다. 마음은 오직 마음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보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추론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마음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어사전도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에는 참으로 많은 뜻이 나왔습니다. 이 뜻 모두가 마음인지 아니면 어느 한 가지 뜻만이 마음인지 더 알쏭달쏭해졌습니다.

 

벤치가 두 개 보였습니다. 다성이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습니다. 이윽고 젊은이 두 사람이 와서 나머지 벤치에 앉았습니다. 다성을 보고 자신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는 중인데 시끄럽게 해드릴지 모르니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성은 전혀 상관마시고 이야기 나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마음>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다성이 말했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옆에서 들어도 되느냐고, 그랬더니 두 젊은이는 부끄러운 듯 좋으실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젊은이1이 말했습니다. “내가 배운 것을 한번 들어 봐. [보통 사람으로 불리고, 집에서는 철수 아빠로 불리고, 회사에서는 김대리로 불립니다. 하지만 만약 회사에서 사람이나 철수아빠라고 부르거나, 집에서 김대리라고 부르면 어색할 것입니다. 마음도 거기에 맞는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듯합니다. 마음은 찟따(), 윈냐나(알음알이), 마노의 명칭이 있다고 합니다. ...]” (○○○○○○○□□ 님의 글에서 인용. cf)-마노를 한자로는 의()라고 번역함)

 

다성은 깜짝 놀랐습니다. 마음이 그냥 마음이 아니고 이렇게 이름이 다른 것으로도 불린다는 것을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알기가 어렵다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다성이 책에서 읽은, 제자가 이 마음이 괴롭습니다 하니까, 스승이 네 마음을 가져 와 보라고 대답했던 내용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옆의 젊은이2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그렇게 이해하는구나. 나는 약간은 다르게 들었어. 한번 들어 봐. [에이치투오(H2O)는 어떤가요? 얼음이라고도 물이라고도 수증기라고도 불리는 이것이 있어요. 이 에이치투오는 어떤 때는 얼음의 상태로 있고 어떤 때는 물의 상태로 있고 어떤 때는 수증기의 상태로 있어요.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있어요. 우리 마음도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어떤 조건인가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불러요. 우리 마음은 심()이라고도 식()이라고도 의()라고도 불려요.]” (◊◊◊◊◊◊◊▱▱▱▱ 의 글을 변형하여 인용)

 

다성은 비유 하나를 또 듣게 되었습니다. 얼음과 물과 수증기로 상태가 변하지만 같은 것인 마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젊은이는 마음을 세 측면에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세 자리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니, 도대체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기에 그러는 것인지.

 

젊은이1이 말했습니다. “내는 문제를 맞추어봐. ‘이것과 다른 단 어떤 하나의 법도 이렇듯 빨리 변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나니, 그것은 바로 ( □□ )이다. ( □□ )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그 비유를 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에서 ( □□ )에 공통으로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A1의 제5)에서 인용)

 

다성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너무 빨리 변해서 비유를 드는 것조차 어려운 것은 시간일까 아니면 생각일까 하고 궁리하고 있는데, 젊은이2가 말했습니다. 바로 마음이라고. , 그랬구나 하고 다성도 완전히 수긍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다성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겪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젊은이들이 일어났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다성은 왜 정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마음이라는 말을 쓰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은 사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바로 삶의 이야기가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느끼고 의도하고 사랑하고 아껴주다가도 욕심 부리고 화내고 고집부리는 일들이 모두 마음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정신이라는 말 대신에 마음이라는 말을 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는 이야기는 고원하여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위하는 이것이 삶의 이야기이지, 이것을 벗어나서 머리에서만 상상하여 개념화한 것은 삶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 것은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마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다성 자신이 막연하게 그럴지도 모른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를, 이 두 젊은이는 분명하게 현실이 아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뒤에도 다성은 한동안 말없이 벤치에 앉아있었습니다.

 

이제 다성은 한 가지는 들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은 한자로 심(), (), (), 이렇게 세 측면으로 보는 이론이 있구나.’ 하고. 과연 마음이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읽은 시()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나를 위로하며 / 함민복 (사랑방 이야기, 글번호 2560에서 인용)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