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동안 잘 있었니? ‘슬럼프’란 말을 들어보았지? 한컴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슬럼프 : ①(경제) 경기(景氣)가 침체되어 있는 현상. 예문- 부동산 경기가 ‘슬럼프’에 빠지다. ②운동선수가 부진 상태에 빠지는 일. 예문-‘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고 나오네. 아마 한자어로는 ‘지지부진(遲遲不進)-매우 더뎌 잘 나아가지 않음.’과 비슷한 말일 것 같아.
호흡 관찰 연습에서도 그런 것 같아. 우리가 호흡 보는 연습을 해나가는데 어느 시기에 갑자기 이런 상태가 올 수도 있어. 열심히 하려는 의욕(열의)이 사라지고, 그래서 노력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마음이 흩어져서 점점 수행에서 멀어지고, 아마 우리도 이런 슬럼프를 겪을 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런 거란다. 어제는 호흡 관찰 연습이 잘 되었는데 오늘은 안 되는 거라. 나는 어제 보다는 오늘이 조금 더 잘 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좀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호흡 보는 연습을 하는데,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은 거라. 그동안 좀 되는 것 같더니 웬걸 오늘은 잘 안 되는 거라.
이럴 때 우리는 ‘아, 나는 안 되는가 보다.’하고 호흡 보는 연습을 그만둘지도 몰라. 그러나 우리는 그래서는 안 돼. 자, 이럴 때 우리는 분발해야 한단다. 아직 우리는 힘을 다한 것이 아닐테니 새로 의욕을 일으키고 연습 시간 2분 동안 그 때에 계속 정성을 기울여 보자. 아직 우리는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는데 슬럼프가 왔다고 하여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어! 학문을 하던 옛 사람들은 스스로 분발하고 격려하며 밤낮으로 글을 읽었다는데, 우리는 겨우 2분씩 호흡 관찰 연습을 하는 것이니 그분들에 비하면 우리의 이 노력은 아무 것도 아닌 셈이야. 그러니 우리에게 슬럼프가 왔다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보자꾸나.
마침 누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는구나. 그는 호흡 보는 수행이 잘 안 될 때는 길을 걷는다고 해. 걸으면서 자기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본다는구나. 길을 걷는 여기에 마음이 주목해 있는지, 아니면 가족 생각, 직장 생각, 기타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거기로 마음이 달려가 있는지를 알아차린다고 해. 호흡 보는 수행을 잘 하는 그는 길을 걸을 때 마음이 길을 걷는 거기에 대체로 가 있다고 해.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 혹시 다른 생각으로 마음이 달려가서 상상 속에 빠져들려고 하면 바로 알아차려서 길을 걷는 거기에 주목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나는 그때에도 그렇지를 못했고, 지금도 그렇지 못하단다. 길을 걸으면서 ‘자, 지금부터는 길 가는 여기에만 주목하자, 길, 보이는 차, 가로수 등에만 주목하자’고 출발할 때는 그렇게 마음 딱 먹고 길을 걷는데, 아니나 다를까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다른 생각으로 달려가 있는 거라. 그래도 나는 걸을 때는 걷는 데만 주목하도록 계속 연습해야한단다.
그렇다면 이제 호흡 관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마음이 생각 속으로 빠져 들지 않고 호흡에 머물 수 있도록 할까? 한 가지 방법은 마음을 콧구멍 주위에 머물도록 힘쓰고 애쓰는 거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이 마음을 숨이 드나드는 콧구멍 주위에 머물도록 노력하는 거라. 이 마음을 콧구멍 주위에 딱 두고서 숨이 드나들 때 남기는 감촉 또는 콧구멍 주위의 피부에 닿는 감촉을 느끼면서 ‘이것이 호흡이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란다. 이렇게 슬럼프를 극복하자꾸나.
오늘은 숨의 길이에 대해 배운 것을 말해볼게.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그 숨의 길이를 느낄 수도 있다고 해. 즉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콧구멍 속이 따뜻하다거나 시원하다거나 하는 그런 감촉 말고, 숨의 길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해. 이 숨이 좀 길게 들어오는지 좀 길게 나가는지를 느낄 수 있고, 또 이 숨이 좀 짧게 들어오는지 좀 짧게 나가는지를 느낄 수 있다고 해.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는 따뜻하다거나 시원하다거나 하는 그런 감촉 말고, 숨이 길게 들어오는지 길게 나가는지, 짧게 들어오고 짧게 나가는지를 느끼도록 연습하자.
그런데 여기서 숨이 길게 들어오거나 나가고 짧게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느껴서 알 때, 이 아는 마음은 ‘몸-감촉’에서 일어나는 앎이야. 이것은 ‘마음-생각들’에 속하는 것은 아니란다. 즉, 길을 가다가 나무를 보고 사람을 보고 자동차를 보고 ‘저것은 나무다, 저것은 사람이다, 저것은 자동차다.’ 하고 알았다면 그것은 ‘눈-빛•모양’에서 오는 앎이야. 이것은 잘 하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저 나무 아래는 시원할까? 저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 자동차는 가격이 얼마 할까?’ 하고 생각하면 그것은 ‘마음-생각들’에 해당한단다. 지금 이것은 안 돼. 이 차이를 잘 생각하고 익혀 놓기 바래.
그러니까 ‘이 숨은 길구나’ 하고 아는 것은 ‘몸-감촉’에서 오는 것이라서 좋아, 잘 하고 있어. 그런데 ‘숨을 길게 쉬면 오래 살까?’ ‘숨을 짧게 들이쉬고 내쉬면 수명이 짧아질까?’ 등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마음-생각들’에 해당하니까, 얼른 떨쳐버리고 다시 ‘몸-감촉’으로 돌아와야 해.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몸-감촉(호흡이 남기는 느낌)’을 분명히 알기 위해서 호흡 관찰을 연습하는 중이란다. 즉, 우리는 호흡을 통해서 몸에서 몸을 관찰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란다.
다시 숨에 대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현상에 대해서 말해 보면, 우리는 비유하면 길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고 있는 중이란다. 그래서 힘이 들고 어렵기도 하단다. 그러나 이 호흡 연습은 시작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것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가지도 않고 또 뒤처지지도 않게 꾸준히 걸어가 보자꾸나. 자, 그럼 시작한다. 2분 동안 한다. 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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