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

4 물질(몸)에 대해

풀빛 너머 2018. 1. 17. 06:44


4. 빙청 선인과 제자들, 그리고 칠지, 다성 일행이 도착한 곳은 철학 마을이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철학자였습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앎이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언어)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무엇인가? 하면서 서로 묻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식당에서 요기를 한 후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숲 속 나무 밑으로 가서 호흡 수행을 했고 칠지와 다성 일행은 마을에 남아 철학자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때 그곳 대학생들이 다성 일행 쪽으로 와서 자신들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칠지를 중심으로 둘러앉았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누고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나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셨는지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나요?” 칠지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이라고 하시니 부끄럽습니다. 아직 50대 초반이니 저를 단지 아저씨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성 일행은 대학생들이 어떤 말을 하고 칠지는 또 어떤 말을 할지 귀 기울였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제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를 물어볼까요? 만약 여기에 어떤 사람이 와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저라면 그가 한 시간 동안 생활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겠어요. 그리고는 여기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이렇게 걷고, 벤치에 앉고, 친구를 기다리고, 생각에 잠기고, 친구가 오자 이야기를 나누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랍니다.’ 이렇게 분명하게 보여주겠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훌륭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더 말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말에 대학생들이 멈칫했습니다. 다성도 칠지가 되묻는 것이 뜻밖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저기 저 사람은 누구이고 여기 이 사람은 누구라고 알려주면 대부분은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칠지가 그런 대답 말고 다른 대답을 말해보라고 하니 대학생들이 생각을 좀 해야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문제인지 대학생3이 낙담하여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저는 친구가 대답한 동영상을 찍어 이 사람이 당신입니다.’ 고 알려주는 것 보다 더 잘 말해줄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자 칠지가 말했습니다. “그럼, 만약 그 사람이 질문을 바꾸어, ‘<무엇을>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자기 존재, 자기 존재라고 하는데 무엇을 자기 존재라고 합니까?’ 하고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S38:15 참고) 대학생들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성 일행도 무엇을 자기 존재라고 하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좀처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칠지가 대학생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무엇을 자기 존재로 보는지요? 즉 무엇을 <이것은 나다> 또는 <이것은 내 것이다> 또는 <이것은 나와 관련된 것이다>고 보는지요?” 그러자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저는 이 몸이 나()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음도 나라고 봅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 훌륭합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자기 자신, 또는 자기 존재로 봅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마음까지 탐구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이 몸에 대해서만 대화하면 어떨까요?” 그러자 대학생들이 모두 동의했습니다. 다성 일행은 점점 흥미를 느꼈습니다. 과연 이 몸에 대해서 어떤 말들이 오갈지 궁금해졌습니다.

 

칠지와 대학생들이 몸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먼저 눈, , , , 몸이 각각 기능하는 영역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는 역할 - 은 빼자고 했습니다. 그 대신 걷고 서고 앉고 눕고 일하고 생활하면서 한평생 살다가 마지막에는 늙고 죽는 이 몸뚱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몸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밥과 죽과 빵 등의 음식으로 길러졌고, 수명이 다하여 죽으면 부서지고 파괴되고 해체된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칠지가 먼저 우리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느냐고 묻자 대학생들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도 하고 분자로 이루어졌다고도 하고 물질로 이루어졌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칠지가 원소나 분자도 다 물질의 영역이니까 몸은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하면 어떻겠는가? 하고 제안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좋은 의견이시라면서 <몸은 물질로 이루어졌다>를 하나의 명제로 채택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몸은 물질로서 나라고 여기는 것’, 또는 나라고 붙잡은 물질이 몸이다라고 정의(定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물음은 물질이란 무엇인가?’로 넘어갔습니다.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100여종의 원소들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덩어리입니다.”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우주 안의 모든 물체를 만드는 재료로서, 질량을 갖는 모든 것입니다.”(인터넷 검색에서) 대학생3이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공간을 차지하였다가 다른 것과 부딪히면 변형되는 것입니다.” 칠지도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 + 이들 네 요소들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S22:56)에서 인용 및 변형)

 

칠지의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만물의 근원으로 본 4요소설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칠지는 4요소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배워서 이해하는 물질은 지수화풍(地水火風) 각각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질을 지수화풍 각각의 요소 + 지수화풍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한 것으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물질(또는 물체)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땅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 땅의 요소에 반응하고, , , 바람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 각각 물, , 바람의 요소에 반응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또는 물체)이든지 간에 땅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물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불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바람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된다고 했습니다.

 

과학적 설명과는 조금 다른 칠지의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래서 칠지에게 조금 더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칠지는 사람 몸을 예로 들었습니다. “물질로 된 우리 몸은 차가움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더움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배고픔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목마름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됩니다. 그리고 파리, 모기, 바람, 햇빛, 파충류들에 의해서도 부딪히고 변형됩니다. 이처럼 부딪힌다고 해서 또는 변형된다고 해서 물질이라고 합니다.” ((S22:79)에서 인용 및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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