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동안 제가 배우고 공부하고 생각한 것을,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쓴 글입니다.
이 글은 '니까야의 가르침'과 '해피스님에게서 배운 내용'과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배운 내용과 그곳의 어떤 법우님의 글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여기저기서 배운 내용'과 '제가 생각한 것들'을 섞어서 만든 이야기입니다.
1 여기는 학무동(鶴舞洞)입니다. 다성은 어릴 때부터 권 부자 댁의 일을 도우며 자랐습니다. 다성이 일을 도우러 오는 날이면 권 부자는 맛있는 음식도 주고 저녁에는 손에 가득 생필품을 쥐어줘서 집에 돌려보냈습니다. 권 부자는 다성을 학교에 보내주는 등 여러 가지로 도와주었습니다. 권 부자의 딸 자영은 다성과 다성의 친구들을 잘 대해주었습니다. 집에 데리고 와서 과자와 사탕을 주기도 하고, 자영의 독선생에게 자신이 공부할 때 함께 배우도록 권 부자에게 간청하여 다성과 친구들도 기초한문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다성은 학무동에서 씩씩하고 은혜를 입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덧 다성이 20대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성은 마을을 떠나 도시로 직장을 구하러 가야 했습니다. 친구들은 며칠 전에 시내로 갔고 다성은 정리할 일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다성은 아침 일찍 권 부자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동안 돌봐 주신 덕택으로 오늘 제가 이만큼이나마 지식을 쌓았고 예(禮)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은혜가 하해(河海)와 같습니다.” 권 부자가 말했습니다. “다 자영이 덕택일세. 자영이가 친구들을 아껴서 그런 것이네. 그래, 이제 자네는 어디로 가려는가?” 다성이 말했습니다. “우선 잠시 이웃 마을에 들렀다가 시내로 가서 직장을 구하려고 합니다. 오늘 오후에 빙청 선인(仙人)과 제자들이 이웃 마을을 방문한다고 들었습니다.”
다성이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권 부자가 봉투를 하나 건네며 “내 성의이니 받아두게.” 하고 말했습니다. 다성은 여러 번 사양하다가 마침내 봉투를 받으며 고맙기도 하고 감격하기도 하여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자영은 다성에게 김밥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건넸습니다. 다성은 그동안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주고 환대해준 자영에게 공책을 여러 권 주었습니다. “친구들과 내가 함께 쓴 지금까지의 추억들이야.” 자영은 공책들을 받아들고 친구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며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자영은 학무동의 보배였습니다.
밖에는 햇볕이 따뜻했습니다. 다성이 한참 가다가 허기가 져서 큰 나무 아래에 앉아서 김밥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한 수행자가 다가와서 다른 나무 아래에 앉았습니다. 손에는 발우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다성이 건너가서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김밥을 먹으려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이것을 좀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수행자가 침묵으로 허락했습니다. 다성은 수행자의 발우에다 김밥을 담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수행자가 김밥을 다 먹고 나자 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수행자는 물을 발우에다 붓고는 손으로 저어서 그 물을 마셨습니다. 다성은 개울로 가서 개울물을 조금 떠 와서 손을 씻으라고 했고 수행자는 그 물로 손을 씻었습니다.
다성은 이웃 마을에 간다고 말하면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수행자는 음식을 나누어주어서 고맙다며 다성에게 주머니 한 개를 주며 말했습니다. “위험에 처할 때 펼쳐보십시오.” 다성은 주머니를 받아 배낭에 넣고 길을 떠났고 수행자는 나무 아래에서 수행을 했습니다. 호흡에서 호흡을 이어보면서 세상의 간탐과 고뇌를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웃 마을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아직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여기에 오게 된 사연을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선인의 말씀을 들으며 위안이나 얻으려고 왔다고 했고, 어떤 이는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는지 물으려고 왔다 했고, 또 어떤 이는 모험을 좋아하여 신기한 일을 찾아서 왔다고 했습니다. 다성도 자신이 왜 여기에 왔을까? 자문(自問)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성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마음의 평안을 구하려고 여기에 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빙청 선인(氷淸 仙人)과 제자들이 도착했습니다. 빙청 선인의 감각 기관은 제어되어 고요했고 행동과 말은 예의바르고 점잖았습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감각기관을 지키며 조용히 선인을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빙청 선인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말을 들려주었고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고 만족했습니다. 몇 사람이 자신의 고민을 말했고 빙청 선인은 그들의 물음에 따라 잘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때 청중 중에서 누가 불쑥 말했습니다. “선인님, 만약 선인님께서 신통의 기적을 보여주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들 것입니다.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아가거나 육지에서처럼 하듯이 바다 위를 걸어가는 신통력을 보여주신다면, 또는 남의 마음을 아는 능력을 보여 주신다면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D11 참조)
그러자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내용은 주로 이런 것입니다. ‘나쁜 생각은 일으키지 맙시다. 만약 나쁜 생각을 일으켰다면 곧 떨쳐버립시다.’ ‘분노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일어났다면 빨리 물리치도록 합시다.’ ‘어리석은 견해에 빠지지 않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 바른 견해를 배웁시다.’ 저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러자 청중들이 웅성거렸습니다. ‘다른 도사나 스승들은 신통의 기적을 보여주던데 왜 빙청 선인은 신통의 기적을 보여주지 않을까? 어쩌면 빙청 선인은 신통의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한 사람 두 사람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얼마 후에는 열 사람 정도만 남았습니다.
빙청 선인은 남아 있는 열 사람에게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살아있는 것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마십시오. 바람피우지 마십시오.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식품을 섭취하여 이상한 행동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빙청 선인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제거한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음식이나 옷이나 주거지나 의약품을 베풀면 참으로 큰 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야기기 끝나고 빙청 선인과 제자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한 중년의 남자가 말했습니다. “선인이시여, 저는 천안계(天眼溪)에서 온 칠지(七支)라고 합니다. 선인께서는 이제 어디로 가시려 합니까?”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서쪽 지방으로 가는 중입니다. 거기 어느 곳에 자신을 이긴 위대한 영웅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분을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이 말을 듣고 칠지가 다시 말했습니다. “선인이시여, 저도 따라 가기를 원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빙청 선인은 그 길은 멀고도 험난하며 악마가 시험하기도 하고 도적이 자주 출몰하여 여정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칠지는 거듭 거듭 따라가기를 요청했고 빙청 선인은 마침내 허락해 주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가기를 청했고 그들도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다성도 함께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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