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성은 대화를 따라가면서 스스로 사유해보았습니다. 처음에 ‘이것이 내 자신이다, 이것이 나다’고 하는 것에는 몸과 마음이 있었는데, 대화에서는 몸을 주제로 서로 토론했습니다. 다성이 듣고 이해하기로는, ‘몸은 <나 자신>이라고 붙잡은 물질’이었습니다. 몸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밥과 죽과 빵 등의 음식으로 길러졌고, 나중에는 늙고 죽어 부서지고 파괴되고 해체되는 것이었습니다. 몸은 100여 가지 원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거나 지수화풍의 요소들로 이루어졌거나 간에 물질이기 때문에 부딪히고 변형되는 것이었습니다. 차가움, 더움, 배고픔, 목마름에 의해서도 이 몸은 변형되는 것이었고, 파리, 모기, 바람, 햇빛, 파충류들에 의해서도 변형되는 것이었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이 몸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 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대학생1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몸을 함부로 하지 않고 소중히 하겠습니다. 한 평생을 지탱하고 살아가야 할 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저는 제 몸을 아름답다고 여겨왔어요. 미인 대회에 나가도 된다는 말을 늘 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토론하면서 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눈에서는 눈곱이, 귀에서는 귀지가,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담즙과 가래가, 몸에서는 때와 땀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리고 대변을 보고 소변을 본다는 생각을 하니, 이 몸에 대해 너무 아름답다고 사람들 앞에서 교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숫~ P.157 인용 및 변형)
대학생3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못 생겼습니다. 그래서 늘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안 그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몸도 있고 마음도 있으니, 비록 얼굴이 못 생겼다고 해서 마음까지 못 생길 이유는 없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태어남은 과거이고 지나간 일이고 제가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마음은 내가 얼마든지 착하고 점잖고 예의바르게, 그러면서도 명랑하고 진취적이고 맑고 밝게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칠지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세 분 모두 훌륭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대학생이고 청춘의 한창 때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려는 아름다운 생각을 하시다니 장하십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을 기쁘게 하고 격려한 뒤에 칠지는 다시 물었습니다. “계속 하겠습니다. 물질은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요?” 대학생들이 바로 <공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성은 역시 대학생이라서 말이 척척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칠지는 맞다고 했습니다. 물질은 모두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질이 위치하려면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떤 물체든지 물체로 규정되려면 공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칠지와 대학생들이 앉은 자리도 공간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저기 나무도 앞뒤로 옆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도 공간이 있어야 건물로 규정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 건물에 공간이 없다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몸도 공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몸 밖뿐만 아니라 몸 안에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물질(몸)은 ‘물질을 이루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결합한 것들’로서, ‘공간’을 차지한다고 규정되었습니다.
이제 칠지가 아주 어려운 질문을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생들을 그윽이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마음은 이 몸에 어느 만큼 제약되어 있을까요? 우리 마음은 이 몸에 어느 만큼 기대어 있고 어느 만큼 묶여 있을까요? 과연 마음이 몸에 대한 기댐과 묶임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요?” ((D2)에서 인용 및 변형)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마음이 몸에 기대어 있고 묶여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칠지가 대답했습니다. “비유하면 아주 깨끗하고 품질이 최상인 유리 보석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최상의 보석이 여러 가지 빛깔의 실에 묶여 있습니다. 즉 최상의 유리 보석이 빛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보석을 묶고 있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줄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 몸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보석은 마음을 비유한 것이고 여러 색깔의 실은 몸을 비유한 것입니다.” ((D2)에서 인용 및 변형)
이 말을 듣고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조금 이해했어요. 우리는 몸이 원하는 것이 전부 진실인줄 알고 몸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뜻도 되겠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 많이 몸에 기대어 있고 묶여 있네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괴롭고, 몸이 늙고 병들면 마음도 늙어지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보아요.” 칠지는 잘 말씀하셨다면서 대학생3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학생3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칠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모릅니다. 제가 천안계(天眼溪)에서 공부할 때 동료가 내 준 문제인데, 저는 아직까지 못 풀고 있습니다.” 토론이 끝나자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학생들이 돌아갔고 칠지와 다성 일행은 빙청 선인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직 시간이 일렀습니다. 그래서 칠지와 다성 일행은 나무 아래에 잠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호흡 보기를 연습하였습니다. 다성은 빙청 선인이 가르쳐 주신, ‘길게 들이쉴 때는 길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길게 내쉴 때는 길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 짧게 들이쉴 때는 짧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짧게 내쉴 때는 짧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는 구절을 떠올리며 호흡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다성이 깜빡 졸았습니다. 꿈속에 만화에 나오는 손오공이 나타나고 여러 신(神)들도 나타났습니다. 신들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항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군요. 참으로 우리는 무상하고 견고하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는군요.” 하면서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고 전율했습니다. ((S22:78“에서 인용 및 변형) 이 말을 듣고 손오공이 솜씨를 ‘뽐냈습니다. 손오공은 마음으로 만든 몸으로 마음을 향하게 하고 기울이게 하더니,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휙 하고 불었습니다. 그러자 손오공이 열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두 원래의 손오공과 같이 몸도 있고 얼굴도 있었습니다. 그때 다성은 졸음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차, 내가 혼침(昏沈)에 빠졌군. 원위치’ 하면서 다시 호흡 관찰을 시도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딴 데 가지 않고 콧구멍 주위에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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