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명상입문

8. 그동안 잘 있었니?

풀빛 너머 2017. 11. 1. 18:37


8 그동안 잘 있었니? 감기가 걸렸구나. 아프지는 않았니? 며칠 동안 아프다가 지금은 아프지 않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학교 공부하는 데는 지장이 없니? 그래. 다행이다. 몸조리 잘 하고 빨리 낫기를 바란단다. 호흡 보기 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니? 그럼 내가 준비해 온 이야기를 들려줄게.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찾아보니 책의 끝 부분에 이런 글이 있네. 원문과 해석을 옮겨오면 다음과 같아. 陶淵明詩云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도연명시운 성년() 부중래(하고) 일일() 난재신(이라) 급시당면려(하라) 세월은 부대인(이니라) : 도연명의 시에 말하였다. 젊은 때는 거듭 오지 않고, 하루는 새벽이 두 번 있기 어려우니, 때에 미쳐 마땅히 학문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느니라.

 

이중에서 성년부중래는 한글에서 다섯 글자가 그대로 한자로 盛年不重來라고 변환되네. 그만큼 유명한 말인가 보다. 그리고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이라고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도 이 말이 실감난다. 한국사를 읽다가 왕들이 업적을 이루고 돌아가시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한 감정이 한 두 번씩 일어나는 것을 보니.

 

마침 책에서 읽은 세월의 빠름에 대한 비유가 하나 생각난다. 그 비유에 따르면, 여기에 아주 활쏘기에 능숙한 궁수가 동서남북에 4명이 있대.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 네 명의 궁수가 쏜 화살을 달려가서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오면 그 사람은 어떤가? 대답은 그는 정말로 빠른 사람입니다가 돼. 그런데 그 사람보다 더 빠른 것은 해와 달의 속력이고, 이것보다 더 빠른 것은 해와 달의 앞에서 달리는 신들이라고 해. 그런데 그 신들보다도 더 빨리 소멸하는 것이 수명의 형성력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선인들은 우리에게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하시는가 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간을 소중히 보내려면 필요 없는 일에 종사하지 않고 되도록 잡념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여기 호흡 보기 연습하는 우리에게도 적용해보자. 그래서 연습 하는 동안에 우리가 호흡에 잘 집중하고 잡념에 덜 빠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12분은 그래도 해냈고 견뎌냈어. 그럼 3 ~ 5분으로 시간을 늘려서 연습하면 어떻게 될까? 힘이 더 들고 더 어려울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중용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중용 제8,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안회의 사람됨은 중용을 택하여 한 가지 선을 얻으면 받들어 가슴에 깊이 새기고 그것을 잃지 않았다(回之爲人也 擇乎中庸 得一善 則拳拳服膺 而弗失之矣).” 고 나와.

 

옛 선인들은 좋은 것이나 유익한 것은 간직하려고 했나 봐. 한 가지 선()을 얻으면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가슴에 잘 새겨놓고 지키려고 했나 봐. 이제 우리가 책상 앞에 앉았어. 3분 동안 호흡 보는 연습을 하려고 해. 1, 2분은 참아내고 견뎌냈어. 이제 2분이 넘어 가. 1, 2분때처럼 내가 잘 한 것을 유지하고 지켜내야 해.

 

어떤 방법을 쓸까? 그 말을 자꾸 일으키고 기억해야 한다고 해. ‘호흡을 보자.’는 이 말을 자꾸자꾸 일으키고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해. 지금 우리는 마음이 호흡에서 막 떠나려고 해. 그래서 마음이 호흡 보는 일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자꾸자꾸 그 말을 일으켜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해.

 

이것은 실제로 입 밖으로 호흡을 보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그 말을 자꾸자꾸 일으켜서 내 마음에게 알려주고 있는 셈이야. ‘마음아, 네가 할 일은 딴 데 가는 것이 아니고 여기 콧구멍 주위에 있어가지고 숨이 들고 나는 것을 보는 거란다.’ 하는 것과 같다고 해.

 

이때 우리는 길게 들이쉴 때는 길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길게 내쉴 때는 길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 짧게 들이쉴 때는 짧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짧게 내쉴 때는 짧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는 말을 자꾸 일으키고 기억하는 것도 좋다고 해. 그러니까 하여튼 호흡을 보자는 말을 자꾸 일으키는 것은, 마음에게 마음아, 호흡에서 떠나지 말고 호흡을 이어보면서 호흡이 남기는 것을 봐라고 자꾸 일깨워주는 것과 같다고 해.

 

이때 우리는 이 말들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해. 그 말을 자꾸 자꾸 일으키는 것이 호흡 보는 일에 방해될 것 같지만 사실은 방해가 안 된다고 해. 실제로 해 보면 알 수가 있대.

 

그래. 이제 우리는 3분을 향해 가고 있다. 방해 받지 않는 곳에서 3분 동안은 숨만 보는 거야. 철봉에 1분은 잘 매달렸어. 2분도 이를 악물고 매달렸어. 이제 2분이 지났어. 그래서 힘이 거의 다 빠졌어. 이때 이 호흡 보는 연습은 세상에서 간탐과 고뇌를 제어해줍니다.’는 말을 믿고, 다시 힘을 내어 노력하는 거야. 그러는데 어느 순간 내 마음이 , 힘들어. 이제 그만 해야겠다면서 25초 만에 철봉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바로 그때 우리는 이런 마음을 발견하여(알아차려서) ‘안 돼. 마음아, 그러지 마. 계속 매달려 있어.’라고 해. 그러면 마음은 다시 1분때, 2분때처럼 잘 해 온 것을 계속 유지하면서 매달려 있으려고 할 거야.

 

이렇게 내 마음을 길들인단다. 이렇게 내 마음을 길들이면서 제어한단다. 여기서 마음을 길들인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마음을 다스린다거나 마음을 닦는다고 해도 될 거야. 그래서 마음을 잘 길들여서 나쁜 길에 빠지지 않고 악에 물들지 않으면 그 사람은 자신을 이기고 가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단지 호흡을 보고 있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데 내가 들으니 그렇지 않다는 거야. 단지 숨이 들고 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해서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해. 사실 숨을 이어보면서 머무르는 힘, 이것은 아주 굉장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마음의 힘을 수행력이라고 한대. 이 힘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나쁘고 해로운 것들을 떨쳐버리고 물리쳐 낸다고 하는구나.


, 몸이 아픈데 연습할 수 있겠니? 그래 그럼 연습하자. 휴대폰에서 3분 후로 타이머를 맞추어 놓자. , 이제 눈을 감고 호흡 보기 연습을 하자.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3분 동안은 오직 호흡만 주목하자.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면) 숨이 자신에게 드러나기 시작하니 자기가 잘 하는 것으로 우선 호흡을 잡고, 호흡이 잡혀지면 다음에는 들고 나는 숨의 길고 짧음을 이어보면서 연습하자. 준비되었니? 그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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