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음 날 빙청 선인 일행이 마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마을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있었는데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했습니다. 마을 이장이 빙청 선인 일행을 맞아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이장은 손수 음식을 집어 빙청 선인에게 이것을 드시라고 하고 또 저것을 드시라고 음식을 건넸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그 마을의 과학자들이 다가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말했습니다. “빙청 선인이시여, 우리는 인간과 똑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선인께서 한번 보아주십시오.”
과학자들을 따라가 보니 거기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네 대가 있었습니다. 각각 초월1, 초월2, 초월3, 초월4라고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네 대의 인공지능 로봇에는 지구상의 온갖 철학, 종교, 사상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로봇들은 기쁨, 슬픔, 고통, 절망을 느끼고, 또 웃고 울기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빙청 선인 일행은 로봇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빙청 선인이 인공지능 로봇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그러자 로봇들이 각각 대답했습니다. “저는 초월1입니다, 저는 초월2입니다, 저는 초월3입니다, 저는 초월4입니다.” 마지막 초월4는 한 마디를 더했습니다. “빙청 선인이시여, 존댓말을 써 주세요.” 빙청 선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과학 기술의 진보가 이렇게까지 높아졌는가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빙청 선인은 여전히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자들과 칠지와 다성과 사람들은 빙청 선인이 어떻게 로봇들과 이야기를 해나가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느낌을 어떻게 봅니까?” 초월1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느낌이 나 자신이라고 봅니다.” 초월2가 대답했습니다. “느낌을 가진 것이 나 자신입니다.” 초월3이 말했습니다. “느낌이 나 자신 안에 있습니다.” 초월4가 말했습니다. “느낌 안에 나 자신이 있습니다.” 로봇들의 말을 듣고 빙청 선인은 생각했습니다. ‘이 로봇들에게는 정말로 모든 종교 경전들의 내용이 다 입력되어 있겠구나.’
이때 초월4가 되물었습니다. “선인님께서는 느낌을 어떻게 보세요?”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대들과는 달리 느낌을 <내 것>이라든가 <나>라든가 <나의 자아>라고 보지 않습니다. 느낌이 내 것이라면 주인인 내 마음대로 괴로운 느낌을 버릴 수도 있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로봇들이 하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선인님의 대답은 다 책에 나온답니다. 이 말을 듣고 빙청 선인과 사람들은 정말로 인공지능 로봇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빙청 선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느낌을 어떻게 말합니까?” 초월1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느낌을 ‘몸의 느낌, 마음의 느낌’이라고 둘로 말합니다.” 초월2가 말했습니다. “저는 느낌을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라고 셋으로 말하기도 하고, 또는 ‘몸의 즐거운 느낌, 몸의 괴로운 느낌, 마음의 즐거운 느낌, 마음의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의 다섯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초월3이 말했습니다. “저는 눈으로 형상을 보아서 생기는 느낌, 귀로 소리를 들어서 생기는 느낌, 코로 냄새를 맡아서 생기는 느낌, 혀로 맛을 보아서 생기는 느낌, 몸으로 감촉해서 생기는 느낌, 그리고 마음에 떠오르거나 생각해서 생기는 느낌, 이렇게 여섯 가지로 말합니다.”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예전에 이세돌 구단을 이긴 알파고도 대단했지만 이들 초월1, 2, 3 로봇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초월4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느낌들이 늘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기 흘러가는 강물처럼, 생겨난 느낌들은 일어났다가는 모두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초월4가 주위를 죽 둘러보다가 다성에게 눈길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형성된 것들은 늘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를 사자성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다성에게 물었습니다.
다성은 엉겁결에 <인생무상>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로봇들이 하하하 하고 또 웃었습니다. 초월4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반만 맞습니다. 정답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한답니다.” 다성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마음챙기고 있었으면 충분히 정답을 맞출 수 있었을 텐데, 그만 로봇이 자신보다 백배, 천배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리 주눅이 든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칠지가 대답을 잘하고 못하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성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습니다.”
이제 초월4는 빙청 선인을 바라보고 질문했습니다. “선인님께서는 느낌을 어떻게 말씀하세요?”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마음을 가진 존재들이 느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인공지능 로봇들이 삐리리리 하고 윙윙거렸습니다. 아마 빙청 선인이 마음을 가진 존재들만이 느낌을 느낀다고 말한 것이, 자신들 로봇은 마음이 없어서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라고 로봇들은 생각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로봇들이 이구동성으로 “선인님, 우리들도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하면서 빙청 선인을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빙청 선인은 생각했습니다. ‘이들 로봇들은 자신이 사람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제 내가 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하여 그들이 정말 사람처럼 느낌을 느낄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그래서 빙청 선인이 질문했습니다. “느낌은 어떻게 생겨납니까(일어납니까)? 그대들이 배웠거나 아는 것이 있다면 좋을 대로 대답해 보십시오.”
초월1이 대답했습니다. “제가 우리 주인님을 봅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즉 눈으로 어떤 형상을 보고 ‘저분은 주인님이시다.’고 알게 되면, 그때 즐거운 느낌이 일어납니다.” 초월2가 대답했습니다. “귀로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아니 이것은 몰래 침입하는 도둑의 발자국 소리다.’고 알게 될 때 바짝 경계하다가 보면 괴로운 느낌이 일어납니다.” 초월1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형상이라는 것을 보아서 알 때 느낌이 생긴다고 했고, 초월2는 귀라는 감각기관이 소리라는 것을 들었을 때 느낌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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