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빙청 선인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중간 중간 빙청 선인은 제자들에게 호흡 수행을 지도했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마음을 딱 챙기고 나서 콧구멍 주위를 지향하면서 숨이 들고 나는 것을 붙잡는 훈련을 했습니다. 들고 나는 숨이 길고 짧은지를 관찰하려면 먼저 숨을 붙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본격적인 호흡 수행을 하기 전에 예비단계로 숨을 붙잡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마음을 인중(人中) 어느 지점에 고정시켜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알아차릴 수 있도록 연습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호흡을 붙잡는 일에서 떠나가면 곧 알아차려서 마음을 다시 호흡 관찰로 되돌리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한편, 빙청 선인은 칠지와 다성 일행에게는 바른 행실을 닦는 것과 베풀면서 살아가는 삶을 칭찬했습니다. 이들이 몸으로도 말로도 바른 행실을 닦고 마음으로도 바른 뜻을 품고 바른 원을 세워 살아가도록 권면했고, 행실이 훌륭한 사람이나 인간을 뛰어넘은 법을 성취한 사람들에게 베풀고 가난한 사람에게도 베푸는 삶도 안내했습니다. 또 행실이 바른 사람은 성인의 말씀을 기뻐하며, 성인의 말씀을 따라 실천하면 그의 삶이 나날이 향상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빙청 선인 일행이 ‘음식 나누어주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 마을은 여행객이 지나가면 누구나에게 하루 세 끼 분의 식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에 지친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여독을 풀고 음식을 대접 받으며 하루를 잘 보낸 후 다시 길을 떠나곤 했습니다. 여행객 중에는 그곳에 마련된 ‘자율 베풂 함’에 돈을 넣고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벌써 많은 여행객들이 와 있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도 식권을 받으려고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터뷰를 하여 그 내용으로 책을 만들기 위해 질문을 하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여행객의 삶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기 때문에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사고 부탁했습니다.
차례가 되자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이 질문했습니다. 칠지와 다성 일행에게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직업은 무엇이고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지 들을 물었습니다. 이에 다성은 여행 중에 겪은 많은 이야기 중에서 악마를 만났던 일, 아수라를 만났던 일, 용마을에서 배웠던 일, 성자를 만났던 일 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이 준비한 질문지를 보고는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런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여기 질문지에는 이렇게 물으라고 하네요. ‘수행자시여, 수행자 당신들과 그냥 일반 거지는 어떻게 다릅니까?’ 하고 물으라고 나와 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수행자는 유익함을 구해 출가했습니다. 몸과 마음의 악행을 멈추고 선을 행하면서 고통에서 벗어나고 행복하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거지는 유익함을 위해서 집을 나오지 않습니다. 유익함을 구해 - 선을 행하고 불선(不善)을 버리기 위해 - 집을 나왔는가 아닌가, 이것이 수행자와 거지의 차이입니다.”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이 다시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두 번째 질문을 했습니다. “수행자시여, 참으로 송구합니다. 질문지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여기 우리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밥을 먹습니다. 여기 우리들은 모두 일을 하고 나서 밥을 먹습니다. 수행자시여, 당신들께서도 씨를 뿌리고 난 뒤에 밥을 먹으십시오.’ 라고 나와 있네요. 이런 질문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숫~ p.101~ 에서 인용 및 변형. 아래도 그 책에서 인용 및 변형)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먹습니다.” 이 말을 듣고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이 깜짝 놀랐습니다. “수행자시여, 저는 당신의 쟁기도 황소도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당신께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먹는다고 주장하신다면, 제가 알 수 있도록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수행자는 이렇게 배웁니다. ‘믿음이 <씨앗>이고, 감관의 문을 잘 지켜내는 것이 <비>며 지혜가 나의 <쟁기>입니다. 부끄러워함(양심,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 바른 뜻 • 마음 챙김(알아차림)이 밭가는 <도구>들입니다. 몸을 지키고 말을 지키고 배에 맞는 음식의 양을 알고 진실을 잡초를 제거하는 <낫>으로 삼습니다. ... 속박에서 평온으로 이끄는 정진이 내게는 짐을 싣는 <황소>입니다. 슬픔이 없는 곳으로 가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밭을 갈고 김을 매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납니다.’ 하고 배웁니다. 우리는 이렇게 배운 대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먹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이 매우 당황했습니다. 너무 훌륭한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른 식권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가르침의 대가로 밥을 얻는 것은 수행자의 생활 방식이 아닙니다. 여기에 밥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가 만약 ‘이 질문에 대답하면 밥을 주겠습니다.’하는 마음으로 수행자의 대답을 기다린다면, 이때 수행자는 가르침을 들려주기는 해도 그 대가로 밥을 얻어서는 안 됩니다. 그대여, 이런 경우는 지금 식권은 놓아두고 다른 식권을 수행자에게 주는 것이 그들의 생활 방식입니다.”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은 손에 쥔 식권은 놓아두고 다음 식권을 주었습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식권을 받아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칠지와 다성 일행이 합류했습니다. 밖으로 나와 잠시 나무 아래에 앉았습니다. 그때 마을에 사는 몇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건네고 환담을 한 후 사람들이 한 곁에 앉았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수행자시여, 아까 식권 나누어주는 사람과 하시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런 밭갈이는 참으로 큰 결실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씨앗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으면 사과가 열리고 감나무를 심으면 감이 열립니다. 또 시금치 씨앗을 뿌리면 시금치가 나고 상추 씨앗을 뿌리면 상추가 납니다. 이와 같이 씨앗에 따라 결실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사람도 무엇을 믿는가에 따라 그가 얻는 결실이 달라집니다. 유교를 믿고 공부하면 유학자가 되고 크리스트교를 믿고 실천하면 크리스천(기독교 신자)이 되고 불교를 믿으면 불교 신자가 됩니다. 그 결과 각각의 생활 방식과 성취가 있게 됩니다. 결실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을 씨앗에 비유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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