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제자들, 시험을 받다
10 보름달이 환하게 떴습니다. 다성 일행은 텐트 안에서 잠이 들었고 칠지는 옆에서 홀로 앉음을 닦았습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빙청 선인이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제자들이여, 그대들은 앞마을에 누가 살고 있는지를 들었는가? 악마의 딸이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출가 수행자를 미혹시킨다고 한다. 악마의 딸에게 넘어간 출가자는 모두 계(戒)를 버리고 재가(在家)의 삶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제자들이여, 그대들은 젊은 나이에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했다. 삼일 후면 앞마을에 도착할 텐데 그대들은 어떻게 지나가려는가? 저 옛날 공자님의 제자 안연(顏淵)이라는 분은 삼 개월 동안 인(仁)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다. 제자들이여, 그대들은 삼일 후 앞마을을 통과하는 한 시간 동안 어떻게 자신을 지켜내려는가?”
다음 날 빙청 선인 일행은 길을 떠났습니다.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갔습니다. 틈틈이 나무 아래나 바위 위에서 쉬었습니다. 그때마다 제자들은 앞마을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 부정관(不淨觀) 수행도 하고 시체를 관찰하는 수행도 했습니다.
제자1은 생각했습니다. ‘사회에서 살아갈 때 훌륭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열심히 일하여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고 행복하게 하고, 부모님을 부양하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형제자매에게 잘 하고 친척들에게 잘 하고, 친구나 동료에게 잘 대하는 것이다.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유익함을 얻기 위해 사회 속에서의 생활을 떠나 출가 수행자가 되었다. 사회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저 형상들, 소리들, 냄새들, 맛들, 감촉들을 버리고 떠났다. 그런데 악마의 딸이 다시 그런 것들을 주면서 나한테 출가의 삶을 버리고 재가의 삶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나는 당당히 그와 맞서리라.’
제자2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떠올리며 자신의 몸을 관찰했습니다. 걷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몸을 구부리거나 펴는 것이 몸의 동작이었습니다. 몸은 뼈와 힘줄로 엮여 있고, 내피와 살로 덧붙여지고, 피부로 덮여져 있어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은 내장과 위, 간장의 덩어리, 방광, 심장, 폐장, 신장, 비장으로 가득 차 있었고, 콧물, 점액, 땀, 지방, 피, 관절액, 담즙, 임파액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또한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나왔습니다.’ ... 또 죽어서 몸이 쓰러졌을 때에는 무덤에 버려지거나 화장터에서 가루가 되어 아무도 돌보지 않았습니다. (숫~ p.156, 157에서 인용 및 변형)
하루가 지났습니다. 도중에 마을이 없어서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다성 일행은 텐트를 치고 잠을 잤고, 칠지는 옆에서 홀로 앉음을 닦았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빙청 선인이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제자들이여, 그대들은 저 위대한 영웅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먹을까?’ ‘나는 어디서 먹을까?’ ‘나는 참으로 잠을 못 잤다’ ‘나는 어디서 잘 것인가?’ 집 없이 유행하는 학인(學人)은, 이러한 비탄을 야기하는 걱정을 제거하여야 한다. (숫~ p.460)
아침이 되자 빙청 선인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쉬는 시간에 제자3은 생각했습니다. 지난 번 안경 마을에서는 고(苦) 안경이나 무아(無我) 안경을 끼고 구미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는 그런 안경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안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자3은 부정(不淨)이라는 안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만약 악마의 딸이 깨끗하고 아름답고 번쩍번쩍하는 것을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을 더러운 것으로 보게 해주는 안경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3은 대변과 소변을 떠올리며 그 더러움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나무 아래에서 쉴 때도 몸속에 있는 대변과 소변의 더러움을 생각했습니다.
이틀이 지났습니다. 지나가는 상인들이 빙청 선인 일행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빙청 선인은 상인들에게 방금 지나온 마을에 대해 물었는데, 그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 마을이라고 했습니다.
제자4는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를 생각했습니다. 죽으면 자신의 몸도 저렇게 검푸르고 부풀고 문드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몸 또한 그와 같고, 그와 같이 될 것이며,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계속해서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체를 벌레가 파먹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D22)에서 인용 및 변형)
날이 밝아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내일이면 악마의 딸이 사는 마을을 지나 갈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다소 긴장했습니다. 다성 일행은 앞마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악마의 딸은 출가 수행자들에게만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날 빙청 선인 일행이 악마의 딸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칠지와 다성과 사람들은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따라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악마의 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악마의 딸이 그물을 쳤습니다. “가긴 어디를 가나요? 여기 아름다운 형상들, 소리들, 냄새들, 맛들, 감촉이 있는 이 욕계(慾界)를 버리고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이 너머는 가본 사람이 매우 적으니 그대들이여, 여기서 살아요!” 그러나 빙청 선인과 제자1, 2, 3, 4는 그물을 찢고 나왔습니다. 제자5만 남았습니다.
제자5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악마의 딸은 제자5의 귀에다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제자5는 귀도 막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향기를 주었고 제자5는 코도 막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름다운 맛을 주었고, 제자5는 혀도 막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몸에 아름다운 감촉을 주었고, 제자5는 몸도 막았습니다. 악마의 딸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코를 막고 혀를 말고 몸을 움츠려도, 힘이 빠지면 가리고 막았던 손을 풀 텐데, 이제 그만 이 즐겁고 사랑스러운 우리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요!”
제자5는 눈, 귀, 코, 혀, 몸을 막고 계속 버텼습니다. 악마의 딸도 계속 아름다운 색, 소리, 냄새, 맛, 감촉을 드리웠습니다. 그런데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서 악마의 딸은 한 시간만 출가 수행자에게 나타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자5가 한 시간을 견디자 악마의 딸이 사라졌고, 그물도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