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 3 : 보시(1)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자영과 아이들은 고3이 되었습니다. 자영은 시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고, 아이들은 대학을 가야하는가 아니면 농사를 짓든가 공장에 다녀야할까를 고민하였습니다. 자영은 자기의 친구들도 함께 대학에 진학했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해 봄에 권 부자가 소유한 논 몇 마지기가 국가에 수용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권 부자는 막대한 금액을 보상받았습니다. 권 부자는 그 토지 수용 대가로 받은 보상액을 넷으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가정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데 사용하고, 또 하나는 늙으신 부모님께 사용하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마지막 하나는 보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보시할까?’ 라고 생각하고 나서 권 부자는 우선 천안계에 거처하는 빙청 선인에게 일부를 보시하고, 일부는 친척들에게 보시하고, 또 일부는 마을에 보시하고, 마지막 남은 일부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문득 자영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친구들이 학비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할지도 몰라서 안타까워하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자영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날 저녁 다성을 비롯한 친구들의 아버지들이 권 부자를 찾아갔습니다. 얼마 후 자영과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학무동에서는 어린이들도 중고등학생들도 처녀 종각의 나이 또래들도 모두 서로 형제 자매처럼 우애롭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학무동에서는 결혼 상대자를 마을 바깥에서 구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결혼 전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성(異性)으로 생각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자영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친구들에게 종종 선물을 주었습니다. 학용품을 주기도 하고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 같은 것을 낼 때 자영은 자신이 내는 금액을 나누어서 친구들에게 주었고 친구들은 그것으로 재시(財施)의 공덕을 한 번씩 쌓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자영이 베풀어주는 것을 고맙게 받았습니다. 기뻐하면서 그리고 자영의 행복을 바라면서 소중하게 받았습니다.
다성을 비롯한 친구들은 어렸을 때 언젠가 빙청 선인으로부터 보시 받는 자의 자세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빙청 선인께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보시는 보시 받는 자에게서 생겨난 효과(성과)가 그대로 보시하는 자신에게 되돌아와 복(또는 공덕)으로 쌓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시 받는 사람이 깨끗한 사람이면 일수록 보시하는 그 사람의 복이 증진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자신들이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사람이 되면 될수록 자영의 복(공덕)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영으로부터 선물이나 음식이나 도움을 받은 날에는 친구들이 더욱 삼가고 경건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성을 비롯한 친구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뛰어난 자영이 친구로 머물러 주는 것을 늘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자영이 책선(責善)할 때에는 자영의 말을 잘 따랐습니다.